Cajal & Golgi: 신경생물학의 아버지들 - 1. 골지와 질산은 염색법

당신이 신경생물학 실험실의 컴퓨터를 해킹하고 싶다면, 해킹 툴과 프로그래밍 실력을 발휘하기 전에 일단 암호 입력 창에 'cajalgolgi' 혹은 'golgicajal'을 입력해보기를 권한다. 실제로 내가 일하고 있는 실험실의 비밀번호도 꽤 최근까지 이랬고 (보안을 위해 더 어려운 암호로 변경했지만), 이 암호는 기억하기 쉽기 때문에 모든 신경생물학 실험실에서 애용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문자열로 보일 이 암호는 '라몬 이 카할'(Ramon y Cajal)과 '카밀로 골지'(Camillo Golgi)라는 두 과학자의 이름을 붙여 쓴 것이다. 이 둘은 '신경생물학의 아버지(들)'로 불린다. 오늘은 이 분들, 즉 나와 내 선배, 교수님들의 대선배격 과학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먼저 골지 이야기부터 하자. 


콧수염을 멋드러지게 기른 이 아저씨가 카밀로 골지 선생 되시겠다. 왠지 마리오 닮았다. 이탈리아인이라 그런가?


카밀로 골지는 이탈리아의 생물학자로, 다들 중학교 과학시간에 '골지체'라는 이름을 들어 봤을 것이다. RNA가 단백질로 바뀌는 ('번역translation'이라고 한다) 과정이 일어나는 세포 소기관으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자어로 생각하고 배운다. 骨脂체쯤 될 걸로 생각하는거지. 마침 DNA가 RNA로 바뀌는 그 이전 과정 (전사transcription)을 담당하는 '소포체'가 小胞체이기도 하니까. 고등학교 때 생물 선생님이 실은 골지체의 이름은 이 마리오 닮은 아저씨의 이름에서 따 온 거라는 사실을 알려줬을 때 그건 마치 머리를 때리는 듯한 문화충격 컬쳐쇼크였던 것이다. 놀라운 건 이 아저씨의 이름은 세포 소기관뿐만 아니라 세포 자체에도 붙어 있다는 건데, 뇌세포의 일종인 '골지 세포'가 바로 그 주인공. 어쨌든 매우 대단한 생물학자였던 아저씨이다.

이 아저씨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새로운 세포 염색법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세포는 기본적으로 얇고 투명하기 때문에 염새하지 않은 상태로 세포를 보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보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미경이 발명되었을 때부터 무수히 많은 종류의 세포 염색법이 발명되었고, 골지가 만든 '질산은 염색법' 역시 그 중 하나다. 이 염색법은 질산은과 크롬화칼륨을 반응시켜서 나오는 크롬화은(검정색이다)을 세포에 달라붙게 해서 세포가 까맣게 보이도록 하는 방법이다. 평소에 신경세포에 관심이 있었던 골지는 이 염색법으로 여러 신경조직들을 염색해서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고 출판했다. 


골지 염색법으로 신경세포를 염색하면 이렇게 보인다.



그리고 이 신경조직 염색에 큰 관심을 표한 스페인 생물학자가 한 명 있었으니, 그 이름 라몬 이 카할(Ramon y Cajal) 되시겠다. 그렇게 골지와 카할의 악연(?)은 시작되는데...

To be continued...

덧글

  • gvw 2014/08/11 03:51 #

    카할느님 ㅠㅠ 학부 때 연구실 교수님이 이 분이 쓴 신경과학 교과서를 계속 읽혀서 존경과 악몽이 섞인 이름으로 남아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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