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12.10 세계인권선언 - 인권이란 무엇인가?


흉악범 얼굴공개는 '인권'문제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흉악범에 대한 기사에는 반드시 '피해자 인권' 운운하는 댓글들이 붙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떤 인권이 침해되고, 어떻게 침해되었으며, 왜 얼굴이 공개되면 안 되는지 살펴보기로 합시다.

이하 내용은 1948년 12월 10일 UN에서 선언된 세계인권선언(총 30조)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항을 가져온 것입니다.
<전문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http://www.amnesty.or.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1조.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과 권리는 모두 똑같다. 사람에게는 이성과 양심이 있으므로,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

제3조. 모든 사람은 자기 생명을 지킬 권리, 자유를 누릴 권리, 그리고 자기 자신의 안전을 지킬 권리가 있다.

제5조. 어느 누구도 고문이나,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거나 모욕적인 대우 또는 형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

제11-1조. 형사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당한 모든 사람은, 자신의 변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잘 갖춰져 있는 공개재판에서 재판을 받아 법률에 따라 정식으로 유죄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 받을 권리를 가진다.(무죄추정의 원칙)

제12조. 어느 누구의 프라이버시, 가정, 자기 거처, 또는 통신에 대해서도 타인이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되며, 어느 누구의 명예와 평판에 대해서도 타인이 그것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은 그러한 간섭과 침해를 받았을 때에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28조. 모든 사람은 이 선언에 나와 있는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사회체제 및 국제체제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

제30조. 이 선언의 그 어떤 내용도 다음과 같이 악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즉, 어떤 국가, 집단, 또는 개인이 이 선언에 나와 있는 권리와 자유를 파괴하기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자기들에게 있다거나, 그런 활동에 가담할 수 있는 권리가 자기들에게 있다는 식으로 이 선언을 해석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자, 따라서.
'그런 범죄를 저지른 놈은 인간이 아니므로 인권을 보장해줄 필요도 없다'는 주장은 제1조에 이해 각하됩니다. 

피해자들이 가해자(유의해야 합니다. 강 씨는 아직 피의자일 뿐 가해자가 아닙니다)에게 침해받은 권리는 제3조죠. 가해자 얼굴을 공개한다고 피해자들의 제3조가 보상되지는 않습니다. 즉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그리고, 얼굴 및 실명 및 사는 주소지 공개 등등은 제5조, 모욕적인 대우 또는 형벌에 들어갑니다. 게다가, 이는 법률로도 근거되어 있지 않습니다(법률로 근거되어 있어도 문제가 될 판에). 그리고 이건 제12조 또한 침해합니다.

제11-1조, 누구나 알 법한 무죄추정의 원칙입니다. 강 씨가 자백을 했건 어쨌건, 재판을 하기 전의 그는 무죄로 추정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벌써 그를 '가해자'로 규정짓고 이름과 얼굴까지 공개했습니다. 이게 뭐하는... 그래서 이는 전국민의 제28조, 즉 사회체제 전반에 대한 권리를 부정하는 처사입니다.

결정적으로 제30조. '피해자 인권' 운운하며 가해자의 얼굴 공개를 주장하는 여러분은 인권선언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계십니다. 경고하건대, 여러분은 인권선언 제30조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계십니다.


물론, 인권선언은 법률에 의한 공동선의 추구와 인권의 제한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률은 피의자의 얼굴 공개를 명시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는 인권선언의 나머지 조항으로 판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 가끔 '범죄예방 효과'를 위해서 얼굴을 공개해야 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참고로, '사회질서 또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이나 인권을 침해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견해'를 우리는 '전체주의, 또는 파시즘'이라고 부릅니다.

by 모모 | 2009/01/31 15:27 | 머릿속을 맴돌던 이야기 | 트랙백(3)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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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지후아타네호의 진지함 at 2009/01/3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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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다. 산뜻해야 할 신년이 왜 이렇게 암울한 사건들로만 가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무시무시한 연쇄살인사건이다. 사건은 참 흉악했다. 가해자는 힘없는 부녀자들을 상대로 성적 살인을 일삼았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범죄였다. 군포 살인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에 이어 범인의 연쇄살인 혐의가 밝혀지면서 범인의 신상, 특히 얼굴을 공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일고 있다. 경찰이 범인의 보호를 이유로 공개된 장소에서 범인의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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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베른카스텔 at 2009/01/31 15:36
합리와 이성, 법치를 질리도록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도 이렇게 감정에 휩쓸려 인민재판을 하고 싶은 대중들이 있는 걸 보면 참 인간이라는 동물은 그다지 진화가 안 됐다고 느낌니다 ㅋ
Commented by 모모 at 2009/01/31 15:38
진화라는건 이성이나 합리, 법치 등을 준수하도록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에 휩쓸리는 게 생존에 더 유리할 수도 있어요... 진화는 이성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슬픈 얘깁니다만, 진실이지요 :(
Commented by kalay at 2009/01/31 16:35
근데 다른거 다 필요없고
인권이니 뭐니 뭐 그렇다 치고
애들 어쩌나요
그사람 아들이 셋인데
아버지가 살인마라고 얼굴이며 이름이며 공개되었으니 애들 사는거 참 볼만하겠네요
지극히 작은 부작용일 뿐인가요? 그럼 그런가보죠 우왕ㅋ굳ㅋ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9/01/31 16:45
인권을 지켜야 하지요.
얼굴공개 하라고 주장하는 수구 파시스트놈들.
Commented by A강진 at 2009/01/31 17:41
이럴때일수록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재치있는 사또나으리처럼 누가 명쾌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현실은 시궁창이니 뭐 집어치우고.

음... 이타심이랄까, 이해심이랄까. 지금 당장으로서는 딱히 어찌해야겟다는 생각도 안들고 그저 피해자들에게 묵념을. 그리고 새로 생길 피해자들에게 또 묵념
Commented by 지후아타네호 at 2009/01/31 23:20
얼굴공개하라고 부르짖는 것은 일회적인 호기심 충족만을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거나 그런 것들은 정말 그만한 효과가 있을 지도 미지수이구요.
Commented by 발마 at 2009/01/31 23:56
원래 이런 사건을 보면' 저사람이 왜 저렇게 됫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고 해결해야한다고 봅니다. 얼굴공개는 단지 황색저널리즘일뿐이죠.ㄲㄲ
Commented by 모모 at 2009/02/01 02:38
적어도, 이게 ㄲㄲ 대고 웃을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고이해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다만 그걸 이용하는 언론이 문제 :(
Commented by 발마 at 2009/02/01 16:55
아 죄송합니다. 말 버릇처럼 굳어진거라서;
Commented by 야화 at 2009/02/01 00:25
제가 인권선언문 전체를 다 읽어보진 않았습니다만, 여기에 올라온 글의 내용만 봤을때 생각되는 문제점이 있네요. 그것은 바로 저렇게 '중요하고 소중한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라는 내용은 없네요. 다른 조항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사람의 권리와 생명을 침해해놓고서 '난 인간이니까 모든 권리를 누리겠어' 라는건 굉장히 뻔뻔한데다가 이 것을 믿고 설치는 놈들까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한데 대한 제약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제약을 어떻게 가할것인지는 논의가 많이 필요하겠지요. 얼굴 공개는 방송에 노출시킬 것이 아니라 그 근처 사는 사람들에게 제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모모 at 2009/02/01 00:52
분명히 제가 본문에서 밝혔듯이 인권존중은 '공동선을 위한, 법률에 의한 인권제한'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법률 외의 어떤 개인/단체/국가도 인권을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얼굴공개에 대해 대한민국 법률은 아무것도 말한 바가 없고,따라서 이는 순전히 인권을 가지고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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